[매일경제] "완전 금연이 어렵다면…비연소 전자담배로 유해성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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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
금연정책 아무리 펼치더라도
전세계 10억명 흡연자 존재
불로 태우는 담배 유해성 입증
전자담배, 위험물질 95% 줄여
흡연 인한 사망자 감소효과 뚜렷
일반 담배와 차별화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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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9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lobal Forum on Nicotine GFN)'.
"완전한 금연이 불가능하다면, 유해성 줄인 비연소 대체 제품으로 전환하자. 그래야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16~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9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lobal Forum on Nicotine·GFN)'에서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위해저감(Harm Reduction)' 접근법에 대해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건강을 위해서는 완전한 금연이 최선이지만, 금연이 불가능하다면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줄인 비연소 대체제로 전환을 유도해 유해 물질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GFN은 안전한 니코틴 제품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포럼이다. 사람들이 흡연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안전한 니코틴 제품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2014년 출범한 뒤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담배 위해 저감(Tobacco Harm Reduction)'을 주제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지난 16~18일 열렸다. 전 세계에서 43명의 연사가 참여했다.
영국 금연운동가인 클라이브 베이츠 카운터팩추얼(Counterfactual) 이사는 16일 패널토론에서 "나는 금연론자이지만, 금연 정책을 아무리 펴도 전 세계적으로 10억명 이상의 흡연자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 아버지를 포함해 매년 흡연으로 800만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각국 정부가 유해성을 낮춘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자들이 원하는 것은 니코틴이지, 암과 같은 질병이 아니다"며 "담배의 위해 저감을 위해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적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피터 스탠버리 박사는 기술의 혁신이 담배 업계에 미치는 변화에 주목했다. 스탠버리 박사는 "기술 발전은 본질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한다"며 "담배업계는 불로 태우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찾아내 니코틴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와 기업이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고, 이제 남은 것은 규제 기관의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위해 저감을 막는 대표적인 유형 세 가지와 대안의 방향성을 정리해 본다.
◆ 흑백논리·현실 부정 = 데이비드 스웨너 오타와대 법학부 교수는 "흡연을 흑백논리로 접근해 끊거나 혹은 죽거나(Quit or Die)를 선택하게 하는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이분법적 접근 방법은 많은 정부가 취하는 정책인데,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위험(risk)을 최소화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스웨너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각종 규제에도 수많은 흡연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규제는 소비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긍정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담배와 관련된 위해 저감은 과학·의학계 논의로 끝나서는 안 되며 정부 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보 차단 =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알리지 않는 유형이다. '담배연기 없는 세상 재단(Foundation for a Smoke Free World)'의 설립자 겸 회장인 데릭 야흐는 "불로 태우는 담배의 유해성이 입증됐고, 비연소 대체제가 95% 이상 위험 물질을 줄였는데도, 이 같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계속해서 사람들이 불로 태우는 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흐 회장은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한다면, 흡연으로 인한 전 세계 8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며 "객관적으로 정보를 읽고 판단할 수 있는 교육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갈등 조장 = 위해 저감 관련 전문가인 의사 마크 틴들은 "금연 광고나 경고문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 거리 곳곳의 '금연' 사인이 실제 흡연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고 그림이 흡연율 감소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흡연자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구조화된 폭력"이라며 "현실적으로 흡연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을 수립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의 방향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이츠 이사는 "과학, 특히 독성학의 발달로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의 구성성분을 확인하고, 이것들이 동물 실험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봤을 때 과학적으로 일반 담배보다 비연소 제품이 덜 해롭다는 것은 매우 명확해졌다"며 "따라서 비연소 제품에 대해 위험을 아직 다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반 담배와 똑같은 규제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오고르만 멕시코 변호사도 "정부는 정책으로 변화를 촉진할 수도 늦출 수도 있다"며 "불로 태우는 일반 담배와 비연소 제품에 대해 다른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업계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르샤바 =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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